복권을 사는 저축자들
복권의 기대수익률은 크게 마이너스입니다. 남아공 전국복권의 경우 1랜드를 넣으면 기대값 기준 약 0.46랜드가 돌아오는, 즉 기대수익률 약 −54%의 게임이었습니다(Cole et al., 각주 9). 그런데도 사람들은 복권을 삽니다.
왜일까요. 미국 소비자연맹(CFA) 설문에서 미국인의 21%, 연소득 2만 5천 달러 미만 계층에서는 38%가 “수십만 달러를 모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복권 당첨”이라고 답했습니다. 착실히 이자를 쌓아서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아주 낮은 확률의 큰 상금은 저축상품이 주지 못하는 무언가를 줍니다.
그렇다면 발상을 뒤집어볼 수 있습니다. 저축상품에 복권의 성질을 섞으면, 도박으로 흘러가던 돈이 저축으로 돌아올까요. 이 질문을 실제 데이터로 검증한 두 편의 논문 Cookson(2018, JFE)과 Cole, Iverson, and Tufano(2022, Management Science)을 살펴봅니다.
세 번째 적률: 왜도가 가미된 예금
수익률 분포를 요약할 때 1차 적률은 평균, 2차 적률은 분산입니다. 3차 적률인 왜도(skewness)는 분포가 어느 쪽으로 꼬리가 긴지를 나타냅니다. 복권은 “거의 항상 소액 손실, 아주 가끔 초대박”이라는 극단적인 양(+)의 왜도를 가진 자산입니다.
PLS(Prize-Linked Savings, 복권연계저축)는 이 왜도를 예금에 이식한 상품입니다. 예금자 전체에게 지급할 이자를 각자에게 나눠주는 대신, 추첨으로 소수에게 상금으로 몰아줍니다. 원금은 보장되므로 걸려 있는 것은 이자뿐이고, 그래서 상품 전체의 기대수익률은 여전히 양(+)입니다.
| 구분 | 일반 예금 | PLS | 복권 |
|---|---|---|---|
| 원금 | 보장 | 보장 | 미보장 |
| 기대수익률 | + (확정) | + (확률적) | 크게 − |
| 수익 분포 | 왜도 없음 | 강한 양의 왜도 | 극단적 양의 왜도 |
예를 들어 남아공 FNB의 MaMa(Million-a-Month Account)는 잔액 100랜드당 추첨권 1장을 주고, 매월 100만 랜드(당시 약 15만 달러)의 대상을 포함해 113개의 상금을 추첨했습니다. 초기에는 참여자가 적어 기대수익률이 연 12.2%에 달했지만, 인기가 치솟자 2007년 8월에는 1.59%까지 내려갔습니다 — 상금 풀이 고정된 채 참여 잔액이 늘면 기대수익률이 희석되는 구조입니다.
증거 1: 네브래스카 — 도박이 실제로 줄었다
Cookson(2018)은 2012년 1월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도입된 Save-to-Win(STW)을 준실험으로 활용했습니다. 참여 신용조합(credit union) 조합원이 예금 25달러당 추첨권 1장(월 최대 10장)을 받아 월별 추첨과 연 2만 5천 달러의 대상 추첨에 응모하는 구조였습니다. 저자는 카지노 현금인출 거래 데이터를 이용해, STW가 도입된 카운티와 인접한 미도입 카운티를 이중차분(DID)으로 비교했습니다. 여기서 이중차분은 STW가 시행된 곳과 아닌 곳을 시행 전후를 비교하여, STW의 도입 효과를 계량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입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참여 신용조합이 1곳 추가될 때 해당 카운티의 카지노 현금인출이 약 18% 감소했고(Table 4), 이를 전체 도박액으로 환산하면 약 3.7~10.2% 감소로 추정됩니다(Table 7). 스크래치 복권 판매도 신용조합 1곳당 1.8~2.5% 줄었습니다(Table 5). 도박이 저축으로 ‘대체’되었음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어떤 도박이 줄었는가입니다. 감소는 집에서 가까운 카지노, 추첨일이 임박한 월말 거래, 유흥시설 없는 ‘순수 도박형’ 카지노에 집중됐고, 멀리 떠나는 여행형 도박이나 나이트라이프가 있는 카지노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습니다(Table 10). PLS와 ‘비슷하게 생긴’ 도박일수록 강하게 대체된 것으로, 이 효과가 단순한 광고나 관심 효과가 아니라 도박 선호 자체를 경유함을 시사합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데이터가 카지노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헤비 유저’ 중심이고, 도입 후 관찰 기간이 카지노 자료 기준 6개월에 그쳐 저자 스스로 장기 신기함 효과(novelty effect)를 배제하지 못한다고 씁니다. 또 자기통제력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 이용자 집단에서는 대체 효과가 사실상 없었습니다(Table 11) — 도박 문제가 가장 심각할 수 있는 집단에는 이 상품이 닿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증거 2: 남아공 — 저축이 늘었고, 잭팟이 크면 PLS 수요가 줄었다
Cole, Iverson, and Tufano(2022)는 남아공 FNB의 MaMa 프로그램(2005.1~2008.3) 미시자료를 분석했습니다. MaMa의 인기는 폭발적이어서 출시 18개월 만에 계좌 수가 은행의 일반 정기성 예금 계좌 수를 넘어섰습니다.
은행 직원 약 3만 8천 명의 계좌 자료에서, MaMa 개설자는 개설 후 은행 내 순저축을 연소득의 약 1%포인트 더 늘렸습니다. 평균 저축 수준(소득의 2.9%) 대비 38% 증가에 해당합니다(Fig. 5). 기존 일반예금이 줄어드는 ‘잠식’은 관측되지 않았고 오히려 일반예금도 소폭 늘었습니다 — 다만 계좌 개설은 본인의 선택이므로, 저자들도 이 저축 증가를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도박과의 관계는 전국복권 잭팟의 이월(rollover)로 생기는 준무작위 변동으로 검증했습니다. 잭팟이 700만 랜드를 넘는 기간에는 MaMa 신규 예치가 약 15.1% 감소했습니다(Table V). 복권이 매력적일 때 PLS 수요가 빠진다는 것으로, 둘이 대체재임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반대 방향의 퍼즐도 있습니다. 2007년 3~10월 라이선스 분쟁으로 전국복권이 아예 중단됐을 때, MaMa 수요가 눈에 띄게 급증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들도 의외라고 인정하는 대목이며, 개인 단위 복권지출 자료가 없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PLS는 도박의 대체재”라는 서사를 받아들이더라도, 이 관측은 대체의 크기와 조건에 유보를 남깁니다.
왜 이런 상품이 드문가: 수요가 아니라 규제의 문제
두 사례의 결말이 흥미롭습니다. MaMa는 2008년 남아공 대법원에서 복권법 위반 판결을 받아 강제 종료됐습니다. 원금이 보장되니 복권이 아니라는 은행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복권에 대한 정부 독점이 우선했습니다.
미국도 비슷합니다. 연방 규제상 은행은 2015년까지 이런 상품을 제공할 수 없었고, 그래서 STW는 규제가 다른 신용조합을 통해 미시간(2009)을 시작으로 몇 개 주에서만 퍼졌습니다(Cookson, Section 2.1). 반면 영국의 프리미엄본드는 1956년부터 국가가 직접 발행해 왔고, 참여율이 국민의 22~40%로 추정될 만큼 대중적입니다(Tufano 2008). 요컨대 PLS의 희소성은 수요나 효과의 문제라기보다, 사행성 규제와의 경계 설정 문제에 가깝습니다.
(참고로 프리미엄본드도 PLS와 마찬가지로 채권이 이자를 지급하되 그 이자를 각 계좌에 나눠주는 대신 추첨으로 당첨자와 당첨금을 정하는 구조입니다. 원금은 보전되고 걸려 있는 것은 이자뿐이라는 점에서 MaMa·STW와 동일한 설계 원리입니다.)
한국 맥락에서 생각할 점
여기서부터는 두 논문의 범위를 벗어난 필자의 해석입니다. 한국 역시 복권 발행이 국가 관리 체계 아래에 있어, 민간 금융회사가 MaMa형 상품을 내놓으려면 남아공·미국과 같은 법적 경계 문제를 먼저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은 특정 상품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두 연구가 보여주는 구조와 함의를 소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 관점에서 기억할 만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저축 수요는 이자율만의 함수가 아닙니다. 같은 기대수익이라도 보상의 ‘분포 모양’을 바꾸는 것만으로 저축을 전혀 하지 않던 계층이 움직였다는 점은, 저축 유인 정책을 금리 보전 중심으로만 설계할 때 놓치는 차원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둘째, PLS는 만능이 아닙니다. 대체 효과는 PLS와 유사한 도박에 국한됐고, 자기통제력이 낮은 집단에는 닿지 않았으며, 장기 지속성은 두 논문 모두에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남아공의 저축 증가 결과는 상관관계라는 점도 다시 강조해 둡니다.
셋째, 왜도 선호는 도박장 밖에서도 작동합니다. 극단적 양의 왜도를 가진 ‘복권성 주식(lottery-like stocks)’이 낮은 평균수익에도 수요를 끄는 현상은 자산가격 연구의 오랜 주제입니다(두 논문이 인용하는 Barberis and Huang 2008 등). 내 포트폴리오 안의 어떤 포지션이 사실상 ‘복권 수요’를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는 것, 그것이 이 연구들이 개인 투자자에게 주는 가장 실용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Cole, S., Iverson, B., & Tufano, P. (2022). Can Gambling Increase Savings? Empirical Evidence on Prize-Linked Savings Accounts. Management Science, 68(5), 3282–3308.
- Cookson, J. A. (2018). When Saving Is Gambling.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29(1), 24–45.
- Tufano, P. (2008). Saving Whilst Gambling: An Empirical Analysis of UK Premium Bonds. American Economic Review, 98(2), 321–326.
- Barberis, N., & Huang, M. (2008). Stocks as Lotteries: The Implications of Probability Weighting for Security Prices. American Economic Review, 98(5), 2066–2100.
본문에 인용한 Cole et al.의 수치는 필자가 참조한 워킹페이퍼(2014년도) 버전 기준으로, 게재본과 세부 수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