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계좌 특집 3] 무엇을 담을 것인가: 위험자산 70% 규칙과 그 안에서의 운용

연금계좌 특집 3편입니다. 계좌를 열고(1편) 세제 혜택을 이해했다면(2편), 이제 그 안을 채울 차례입니다. 이 글은 제도와 규칙을 설명하는 글이며, 특정 ETF나 펀드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준 시점은 2026년 8월입니다.

두 계좌의 결정적 차이: 70% 규칙

연금저축펀드에는 자산 배분 규제가 없습니다. 주식형 ETF로 100%를 채워도 됩니다. 반면 IRP는 퇴직급여를 다루는 계좌라는 성격 때문에 위험자산을 적립금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고, 나머지 30% 이상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합니다.

여기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은 감독규정상의 분류이며, 직관과 조금 다릅니다.

분류대표적인 예
위험자산 (70% 한도)주식형 펀드·ETF, 주식 비중 50% 이상 혼합형, 리츠 등
안전자산 (제한 없음)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 국채·투자등급 채권형 펀드·ETF, 주식 비중 50% 미만 채권혼합형, 요건을 갖춘 TDF 등

이 분류의 틈새가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주식을 50% 미만으로 담는 채권혼합형 펀드·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 비중을 자동으로 줄여가는 TDF(타깃데이트펀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IRP에 100%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 채권혼합형의 주식 한도는 원래 40% 이내였으나, 2023년 11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으로 자본시장법 기준에 맞춰 50% 미만으로 상향됐습니다. 최근 상품명에 ‘채권혼합50’이 붙은 주식·채권 5:5 구조의 ETF들이 잇달아 나오는 것은 이 개정의 결과입니다. 규정상 안전자산이 경제적으로 무위험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형도 금리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나고, TDF도 주식을 담고 있는 상품입니다.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싶다면: 세 가지 경로

주식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싶은 투자자가 규칙 안에서 쓸 수 있는 경로는 크게 셋입니다.

첫째, 계좌 간 역할 분담입니다. 규제가 없는 연금저축에 주식형 자산을 집중하고, IRP는 채권·예금 등 어차피 필요한 안전자산의 자리로 쓰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전체 노후자금에서 주식 70 : 채권 30을 목표한다면, 연금저축을 주식형 100%로, IRP를 안전자산 위주로 구성해 합산 비율을 맞추는 식입니다. 자산배분을 ‘계좌별’이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 단위로 본다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둘째, IRP 안에서 분류의 틈새를 쓰는 것입니다. 위험자산 70%를 주식형 ETF로 채우고, 남은 30%를 주식 50% 미만 채권혼합형으로 채우면 산술적으로 계좌 전체의 주식 노출을 70%보다 높일 수 있습니다(70% + 30%×50% = 최대 85% 수준). TDF 100% 편입도 유사한 성격의 경로입니다. 다만 이는 규제의 취지(퇴직급여의 손실 위험 관리)를 우회하는 만큼, 그 위험도 본인이 지는 선택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참고로 이 우회가 규제 실효성 논쟁을 낳으면서, 금융당국은 위험자산 한도의 단계적 확대·폐지와 TDF ETF의 안전자산 제외를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분류 기준은 향후 달라질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규제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안 되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연금계좌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이 높은 상품 등은 편입할 수 없습니다. 개별 주식도 직접 담을 수 없습니다(국내 상장 ETF·펀드·리츠 등 간접투자기구를 통해서만). “적극 운용”의 상한선이 제도적으로 그어져 있는 셈인데, 장기 강제저축 계좌라는 성격을 생각하면 이 제한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의 장기 보유가 왜 위험한지는 이 블로그의 LETF 복리효과 글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TIP: 연금계좌에 담을 때 이점이 가장 큰 자산은 따로 있다
2편에서 본 과세이연은 모든 자산에 균등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국내 주식형 ETF는 일반계좌에서도 매매차익이 비과세라 연금계좌의 상대적 이점이 작습니다. 반면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와 채권형 ETF는 일반계좌에서 매매차익까지 배당소득세로 과세되므로, 같은 상품이라도 연금계좌 안에 두는 것의 이점이 가장 큽니다. 어떤 자산을 어느 계좌에 배치할지 정하는 이른바 자산 위치(asset location)의 문제인데, 학술적으로도 과세 방식이 다른 자산을 세제 혜택 계좌에 우선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 결론입니다. 즉, 국내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연금계좌를 운용하게되면 일반계좌 대비 세제차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자산의 수익률과는 별개입니다.

아무것도 고르지 않으면: 디폴트옵션

IRP에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적용됩니다. 가입자가 상품을 지정하지 않은 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지정해 둔 상품(원리금보장형부터 고위험 포트폴리오까지 위험등급별로 승인된 상품 중 본인이 선택)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입니다. 2022년 도입 전에는 방치된 적립금이 사실상 현금성으로 잠자는 경우가 많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습니다. 직접 운용할 계획이더라도 디폴트옵션 지정은 해두어야 하며, 어떤 등급을 지정했는지가 방치 시의 결과를 결정합니다.

정리

IRP의 70% 규칙은 제약이지만, 연금저축과의 역할 분담, 안전자산 분류의 활용, 그리고 애초에 전체 포트폴리오 단위로 배분을 설계하는 원칙으로 충분히 다룰 수 있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이렇게 쌓은 돈을 꺼내는 단계, 즉 세금이 실제로 갈리는 수령 전략을 다룹니다.


자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및 퇴직연금감독규정; 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23.11, 퇴직연금감독규정 일부개정 — 채권혼합형 주식 편입 한도 40% 이내 → 50% 미만 상향);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고용노동부, 사전지정운용제도 안내. 위험자산 분류의 세부 분류는 각 금융기관의 내부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가입 회사 안내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026년 8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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