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는 시장을 조용히 따라갈 뿐”이라는 통념과 달리, 최근 증시 급변동 국면마다 ETF, 특히 레버리지형 ETF가 변동성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 논의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ETF가 시장 변동성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학술적으로 얼마나 뒷받침될까요. 이번 글에서는 일반 ETF부터 레버리지형, 단일종목형까지, 연구가 확인한 것과 아직 논쟁 중인 것을 구분해 정리합니다.
일반 ETF도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차익거래 채널
레버리지 얘기 전에, 평범한 지수 추종 ETF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TF 가격은 차익거래를 통해 순자산가치(NAV)에 붙어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ETF가 비싸지면 차익거래자가 ETF를 팔고 구성종목을 사서 격차를 좁히는 식입니다. 문제는 이 통로가 양방향이라는 점입니다. ETF 시장에 유입된 유동성 충격이나 수급 쏠림이 차익거래를 타고 구성종목 개별 주가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이 가설을 가장 정교하게 검증한 연구가 Ben-David, Franzoni and Moussawi(2018)입니다. 단순히 “ETF가 많이 보유한 종목이 변동성도 높더라”는 상관관계는 인과의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애초에 변동성 높은 종목에 ETF 자금이 몰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자들은 러셀 지수 정기변경처럼 종목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ETF 보유 비중이 바뀌는 준실험적 상황을 활용해 이 문제를 우회했고, ETF 보유 비중이 높아진 종목의 일별 변동성이 유의하게 상승함을 보였습니다. 추가된 변동성이 정보를 더 빨리 반영한 결과라기보다, 비(非)펀더멘털 수요 충격이 전파된 결과에 가깝다는 해석입니다.
다만 이것이 “ETF는 시장에 해롭다”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ETF가 거래비용을 낮추고 가격에 정보가 반영되는 속도를 높인다는 연구들도 있어, 문헌 전체는 편익과 비용이 공존하는 그림을 그립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패시브 상품도 가격에 흔적을 남기는 능동적 존재”라는 출발점 정도입니다.
이 그림은 한국 시장에서도 확인됩니다. 김민기·김준석(2023)은 2017~2021년 국내 자료로 같은 계열의 분석을 수행했는데, ETF 보유비중이 높은 종목일수록 편입종목 간 수익률 동조화가 강해지고 일간 수익률의 시차 종속성이 음(−)의 방향으로 커지는, 즉 가격 반전이 잦아지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변동성입니다. 단순 수익률 변동성과 ETF 보유비중 사이에는 유의한 관계가 없었지만, 변동성을 분해하면 시장·업종과 연관된 체계적 변동성은 유의하게 증가했고 그 경제적 크기는 크지 않았습니다. ETF의 흔적이 개별종목 고유의 출렁임이 아니라 “시장과 함께 움직이는 출렁임”에 남는다는 것으로, 차익거래 채널의 논리와 정합적인 결과입니다.
레버리지 ETF: 문제는 ‘일별 리셋’의 산수
레버리지 ETF가 별도의 논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상품 구조에 있습니다.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약속하는 상품은 매일 장 마감 무렵 익스포저를 다시 맞춰야 합니다. 이 리밸런싱의 방향이 핵심입니다. Cheng and Madhavan(2009)이 정식화했듯, 일별 리밸런싱 수요는 대략 (L² − L) × 운용자산 × 당일 수익률에 비례합니다. L은 목표 배수입니다.
| 목표 배수(L) | 계수(L² − L) | 지수가 1% 하락한 날의 행동 |
|---|---|---|
| +2배 | 2 | 매도 |
| +3배 | 6 | 매도 |
| −1배(인버스) | 2 | 매도 |
| −2배 | 6 | 매도 |
표에서 눈여겨볼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계수가 배수의 제곱에 가깝게 커지므로 고배수 상품일수록 리밸런싱 물량이 급증합니다. 둘째, 계수가 항상 양수이므로 레버리지든 인버스든 같은 방향으로 거래합니다. 하락한 날에는 2배 상품도, 인버스 상품도 모두 팔아야 합니다. 서로 반대 포지션인 두 상품이 리밸런싱에서는 한편이 되는 셈입니다.
이 거래는 종가 기준 배수를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직전에 집중됩니다. 그래서 “하락 → 마감 무렵 기계적 매도 → 추가 하락 → 다음 날 더 큰 리밸런싱”이라는 양의 되먹임 고리가 이론적으로 성립합니다. Tuzun(2013)은 이 구조를 1987년 블랙먼데이의 증폭 요인으로 지목되는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실증은 갈린다: 증폭인가, 흡수인가
이론이 이렇게 깔끔한데도 실증이 논쟁적인 이유는, 이론이 말해주지 않는 두 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상쇄 요인의 존재이고, 다른 하나는 효과의 크기입니다.
증폭을 지지하는 쪽부터 보겠습니다. Shum, Hejazi, Haryanto and Rodier(2016)는 리밸런싱 수요가 큰 날 장 마감 1시간의 변동성이 높아짐을 보였고, Bai, Bond and Hatch(2015)는 부동산 섹터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이 구성종목의 장 후반 가격을 같은 방향으로 밀어냄을 확인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18년 2월 5일, 이른바 ‘Volmageddon’입니다. 인버스 VIX 상품들의 기계적 리밸런싱 수요가 VIX 선물시장의 유동성 대비 과도해지면서 되먹임이 폭주했고, 대표 상품이 하루 만에 청산됐습니다. 운용자산이 기초시장 유동성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면 되먹임이 비선형적으로 폭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실제 사건입니다.
반론의 핵심은 자금 유출입에 의한 상쇄입니다. Ivanov and Lenkey(2018)는 레버리지 ETF에서 상승일에는 차익실현 환매가, 하락일에는 저가매수 자금이 유입되는 경향(개인투자자의 역추세 성향)이 있어, 펀드가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해야 하는 순수요가 공식이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헌 전반을 정리한 서베이도 이 방향인데, Lenkey(2024)는 리밸런싱과 장 후반 변동성 사이의 통계적 연관은 일관되게 보고되지만 상당수 연구에 방법론적 문제가 있고 경제적 크기는 미미하며, 평시 시장 유동성은 리밸런싱 수요를 큰 무리 없이 흡수한다고 결론짓습니다. 다만 이 서베이의 저자가 논쟁의 한쪽 당사자라는 점은 감안하고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상쇄 가설이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는지는 한국 데이터로 직접 검증된 바 있습니다. 권민경(2020)은 국내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일일 순매매를 배수 유지를 위한 리밸런싱 요인과 투자자 유출입에 따른 자금흐름 요인으로 분해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자금흐름 요인이 순매매를 좌우하며 리밸런싱을 상쇄하는, 반론 진영의 예측 그대로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2020년 3~6월에는 리밸런싱 요인의 비중이 약 70%로 역전됐고, 리밸런싱 거래유인이 1조원을 넘긴 날이 8차례, 상쇄를 감안한 최종 순매매까지 같은 방향으로 1조원을 넘긴 날이 6차례 관찰됐습니다. 상쇄 메커니즘은 실재하지만, 시장 급변동과 상품 규모 성장이 겹치면 상쇄가 리밸런싱을 다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두 진영을 겹쳐 보면 조건부 결론이 나옵니다. 평시에는 상쇄 유입과 시장 유동성이 리밸런싱을 흡수하지만, 운용자산이 기초자산 유동성 대비 커진 상태에서 급변동이 겹치면 증폭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건은 레버리지 여부 그 자체가 아니라 운용자산 대 일평균거래대금의 비율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임계점에 빨리 도달하는 구조
이 관점에서 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왜 유독 논란인지 분명해집니다. 지수형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물량은 수백 개 구성종목의 유동성으로 분산됩니다. 반면 단일종목형은 같은 물량이 한 종목의 유동성에 전부 얹힙니다. 운용자산 대 유동성 비율이 임계 수준에 도달하는 속도가 구조적으로 빠른 셈입니다.
상품 자체가 2022년에야 등장한 탓에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첫 세대 연구 중 하나는 미국 단일종목 ETF가 기초주식보다 변동성이 높고 유동성은 낮으며, 기초주식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단일종목 ETF의 유동성이 유의하게 악화된다고 보고했습니다(Zhao et al., 2024). 변동성이 가장 클 때 유동성이 가장 얇아진다는 것은, 되먹임이 필요로 하는 조건이 스트레스 국면에 정확히 갖춰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가총액 상위 몇 종목에 집중된 시장이라면 함의가 하나 더 붙습니다. 그 종목의 지수 비중이 크면 단일종목 채널이 곧 시장 전체 채널이 됩니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에 대한 엄밀한 인과 추정은 아직 축적 중이므로, 현시점의 판단은 “구조적으로 취약 조건에 가깝다”는 이론적 추론과 초기 증거에 기반한 잠정적인 것임을 밝혀둡니다.
자주 혼동되는 것: 변동성 ‘유발’과 변동성 ‘잠식’
마지막으로 개념 하나를 구분하고 싶습니다.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의에는 서로 다른 두 문제가 자주 섞입니다. 하나는 이 글의 주제인 변동성 유발, 즉 리밸런싱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외부효과입니다. 다른 하나는 변동성 잠식(volatility decay), 즉 등락이 반복될 때 일별 리셋의 복리 효과로 보유자의 장기 수익률이 단순 배수 기대치보다 낮아지는 문제입니다.
전자는 시장 전체의 문제고 후자는 투자자 개인의 문제이며, 후자는 시장이 증폭되지 않아도 발생하는 순수한 산수의 결과입니다. “레버리지 ETF에서 손실을 봤다”는 경험담의 다수는 후자에 해당하고, 규제 논의가 겨냥하는 것은 주로 전자입니다. 두 문제를 섞으면 논의가 산으로 가기 쉽습니다.
정리하며
연구가 말해주는 것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ETF는 일반형조차 차익거래 채널을 통해 구성종목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레버리지형의 일별 리밸런싱은 방향이 정해진 경기순응적 거래를 만들어냅니다. 여기까지는 합의에 가깝습니다. 논쟁은 그 압력이 평시에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크기인가에 있고, 증거는 “평시엔 흡수, 임계 초과 시 증폭”이라는 조건부 그림을 지지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형은 그 임계에 구조적으로 가까운 상품입니다.
따라서 “레버리지 ETF가 최근 변동성의 주범”이라는 단정도, “아무 영향 없다”는 단정도 현재 증거보다 앞서 나간 주장입니다. 정직한 답은 조건이 맞으면 증폭 고리가 작동할 수 있고, 그 조건이 갖춰졌는지는 시장별·상품별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일반 ETF의 영향과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에 대해서는 이 조건부 그림과 부합하는 증거가 쌓여 있습니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형, 그리고 시장 구조가 달라진 최근 국면에 대한 검증은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입니다.
참고문헌
- 권민경 (2020), 「레버리지·인버스 ETP 현황 및 위험요인」,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0-17.
- 김민기·김준석 (2023), 「ETF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본시장연구원 연구보고서 23-03.
- Bai, Q., D. Bond, and B. Hatch (2015), “The Impact of Leveraged and Inverse ETFs on Underlying Real Estate Returns,” Real Estate Economics, 43(1), 37–66.
- Ben-David, I., F. Franzoni, and R. Moussawi (2018), “Do ETFs Increase Volatility?,” Journal of Finance, 73(6), 2471–2535.
- Zhao, L., V. H. Nguyen, and C. Li (2024), “The Volatility-Liquidity Dynamics of Single-Stock ETFs,” Finance Research Letters, 69, 106163
- Cheng, M., and A. Madhavan (2009), “The Dynamics of Leveraged and Inverse Exchange-Traded Funds,” Journal of Investment Management, 16(4), 43.
- Ivanov, I. T., and S. L. Lenkey (2018), “Do Leveraged ETFs Really Amplify Late-Day Returns and Volatility?,” Journal of Financial Markets, 41, 36–56.
- Lenkey, S. L. (2024), “The Market Impact of Leveraged ETFs: A Survey of the Literature,” Quantitative Finance and Economics, 8(4), 815–840.
- Shum, P., W. Hejazi, E. Haryanto, and A. Rodier (2016), “Intraday Share Price Volatility and Leveraged ETF Rebalancing,” Review of Finance, 20(6), 2379–2409.
- Tuzun, T. (2013), “Are Leveraged and Inverse ETFs the New Portfolio Insurers?,” Federal Reserve Board, Finance and Economics Discussion Series June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