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지수를 누르는 사이, AI 반도체 계약이 개별 종목을 흔들었다
이란이 미 해군 함정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군이 이란 유조선을 타격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이 여파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내렸다. 그러나 지수 등락폭은 크지 않았던 반면, 개별 종목은 실적과 인공지능(AI) 인프라 계약 소식에 따라 훨씬 큰 폭으로 갈렸다. 퀄컴은 아마존과의 대규모 반도체 공급 계약으로, 시그넷 주얼러스는 실적 서프라이즈로 주가가 뛰었고, 케이시스 제너럴 스토어는 실적을 웃돌고도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유가·금리가 지수를 눌렀다
이란과 미국 간 홍해·호르무즈 해협 인근 긴장이 고조되며 미군이 이란 유조선 다섯 척을 타격했고, 이 소식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 101달러 안팎(전일 대비 3%대 상승)까지 올라 5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함께 상승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10년물 국채금리는 4.83%대까지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여파로 S&P500은 7,636.36(-0.48%), 다우존스는 52,380.66(-0.77%), 나스닥종합은 26,253.34(-0.64%)로 마감했고,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은 -1.3%로 낙폭이 더 컸다. 다만 이날 지수 등락폭은 개별 종목들의 움직임에 비하면 크지 않았다. 아래에서 다룰 것처럼 같은 날 두 자릿수대 상승과 하락을 동시에 기록한 종목이 여럿 나왔다는 점은, 지수만 보고 그날의 시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인프라에 붙는 돈 — 퀄컴·아마존 딜, 부킹의 무산된 인수
퀄컴은 아마존과 향후 10년간(2036년 9월까지)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AI 추론용 맞춤형 반도체 공급 협력을 발표했다. 퀄컴은 근접 메모리 연산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AI250 칩(카드당 최대 768GB LPDDR 탑재)과 1.6Tbps급 광학 커넥티비티 하드웨어를 공급하며, 생산은 2026년 12월부터 시작해 2027 회계연도 1분기부터 매출로 인식될 예정이다. 아마존 계열사는 주당 161.26달러에 퀄컴 주식 2,500만주(약 40억달러 규모)를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를 받았는데, 이 중 15%는 계약과 동시에 베스팅되고 나머지 85%는 아마존의 실제 구매 실적에 연동된다.
퀄컴 주가는 계약 발표 직후 장중 한때 9%대까지 오르며 크게 반응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실제 종가 기준으로는 9월 8일 3.17% 오른 174.09달러, 9일에는 추가로 1.31% 상승한 176.38달러를 기록해 이틀에 걸친 상승폭은 그보다 완만했다. 장중 고점과 종가 사이에 이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는 드물지 않으며, 이번 계약처럼 재료가 좋은 날일수록 그 격차가 더 크게 보도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시기 반도체업체 마벨 테크놀로지도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근거로 매출 전망을 상향했다. 회사는 2026년 매출 전망을 100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2027년은 135억달러에서 180억달러로 높이며 2년 합산 전망을 235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끌어올렸고, 매트 머피 최고경영자는 회사를 그래픽처리장치(GPU)·맞춤형반도체(XPU) 진영을 가리지 않고 협력하는 업체라고 소개했다.
한편 EU 일반법원은 부킹홀딩스의 항공권 예약 플랫폼 이트래블리(Etraveli) 16억3천만유로 규모 인수를 불허한 유럽연합집행위원회 결정을 그대로 확정했다. 부킹 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종 불허로 거래는 사실상 무산됐다. 같은 날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계약·투자 발표가 이어진 것과 달리, 이 인수합병(M&A) 건은 정반대로 무산 쪽으로 결론이 났다.
실적 시즌,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같은 날 발표된 두 소매기업의 실적은 시장의 반응이 엇갈렸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 항목 | 시그넷 주얼러스 | 케이시스 제너럴 스토어 |
|---|---|---|
| 조정 주당순이익(EPS) | 2.19달러 (예상 1.74달러) | 7.37달러 (예상 6.72달러) |
| 매출 | 15억3천만달러 (예상 부합) | 56억8천만달러 (예상 55억7천만달러) |
| 핵심 지표 | 총마진 80bp 개선, 관세 환급 1,500만달러 | 매장 내 판매 +3.2%(전년 +4.3%에서 둔화) |
| 연간 가이던스 | 조정 EPS 10.45 | 매장 내 판매 성장률 2~5%, 연료 판매량 보합(±1%) 제시 |
| 주가 반응 | 이날 14% 급등 | 장중 큰 폭 하락 |
시그넷은 조정 주당순이익과 연간 이익 가이던스를 모두 큰 폭으로 상향하며 주가가 14% 급등했다. 매장 내 판매 전망 자체는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총마진 개선과 관세 환급이 이익 전망을 밀어올린 점이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케이시스는 주당순이익과 매출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았음에도 주가는 장중 큰 폭으로 흔들렸다. 매장 내 판매 증가율이 전년보다 둔화된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케이시스 주가의 정확한 낙폭은 보도 시점과 매체에 따라 한 자릿수 후반에서 두 자릿수 중반까지 편차가 커서,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등락률을 특정하지 않는다. 실적이 예상을 웃돌아도 주가가 밀리는 경우는 시장이 이미 그 이상의 기대를 반영해 두었을 때 종종 나타나는데, 이번 사례가 정확히 그에 해당하는지는 한 건의 실적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업체 유나이티드헬스그룹도 이날 하락한 종목 중 하나로 꼽혔다. 경영진이 한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의료 이용률과 비용 상승, 상업보험 마진 회복 지연 우려를 언급한 데다, 그동안의 급반등에 따른 차익실현까지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같은 날 플로리다 옵텀헬스(Optum Health) 사업 지분을 사모펀드 TPG에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해당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약 2%까지 낮아졌다고 언급했다.
새로 나온 상품들 — 아이폰 신제품부터 AI 에이전트, 신규 ETF까지
애플은 이날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연 행사에서 아이폰 18 프로·프로 맥스와 함께 자사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아이폰 울트라, 애플워치 시리즈 12·울트라4, 에어팟5를 공개했다. 같은 날 팀 쿡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고 존 터너스가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리더십 교체도 이뤄졌는데, 신제품 공개와 최고경영자 교체가 한 행사에서 함께 발표된 점이 이날 보도가 가장 많이 몰린 이유로 꼽힌다.
메타는 미국에서 iOS·안드로이드·웹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개인 비서형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출시했다. 대부분 이용자는 무료 등급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월 20달러·100달러 유료 구독을 함께 선보였고, 이용자별 가상머신과 민감한 행동에 대한 승인 절차 등 안전장치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는 이를 “개인 초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이라는 목표를 향한 이른 단계라고 소개했다.
같은 날 신규 상장지수펀드(ETF) 두 건도 나왔다. 테마 ETFs는 예측시장 플랫폼 캘시·폴리마켓과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코인베이스 등에 투자하는 ‘트레이딩 앤 프리딕션 마켓 ETF(DICE)’를 보수율 0.75%로 Cboe에 상장했다. 캐너리 캐피털은 트론(TRON) 네트워크의 스테이킹 보상을 순자산가치에 반영하는 미국 첫 현물 스테이킹 트론 ETF ‘TRXS’를 상장했다. 두 상품 모두 기존 주가지수·채권형 ETF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기초자산·전략을 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리하며
이날의 기록은 유가·금리라는 거시 변수가 지수 전체를 누르는 동안, 그 밑에서는 AI 인프라 계약과 실적 발표가 개별 종목을 지수보다 훨씬 큰 폭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 기록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퀄컴·아마존 계약이 향후 실제 매출로 얼마나 이어질지, 케이시스의 매장 내 판매 둔화가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적 변화인지는 이 하루의 데이터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일부 개별 종목은 보도 시점에 따라 등락률이 크게 엇갈려, 확정 종가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는 점도 함께 적어둔다.
대상 기간: 2026년 9월 9일 오전 8시~9월 10일 오전 8시(한국시간) 사이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인용 매체: CNBC, TheStreet, Vistap Global, Investrade, Bloomberg, Axios, TechCrunch, Benzinga, 24/7 Wall St., Global Banking & Finance Review, Tech Times, GlobeNewswire 등.